예방의학

정부가 숨기고 있는 의대증원의 근거 (OECD 통계)

Dr CK 2024. 2. 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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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대증원문제가 뜨거운 가운데 의사수가 적다라는 근거를 봐야겠다.

 

정부는 OECD 국가중에서 대한민국의 국민당 의사수는 최저수준이라고 항상 얘기하고 있고, 그것을 근거로 의대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과 여론도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의대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중 정말로 OECD 통계를 직접 본사람은 얼마나 될까? 진짜 OECD 발표 자료를 확인해보자.

 

최신의 OECD 자료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정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OECD Health Statistics 2023"이며, 다른 하나는 OECD에서 직접 발표하는 "Health at a glance 2023" 이다. 사실 이 두자료 모두 OECD health data를 정리한 내용인데, 이 데이터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정리한해서 발표한게 이 두가지이다. 원본 데이터는 http://oecd.org/health/health-data.ht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료나 OECD 자료나 어차피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내용은 당연히 동일해야겠지만... 한번 살펴보자. 그런데 이 정리본도 양이 많아서 몇가지 중요한 부분만 추려서 확인하고자 하고,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고서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OECD Health Statistics 2023 (보건복지부).pdf
5.17MB
Health at a glance OECD.pdf
15.90MB

 

 

1. 한국의 의사수가 적은가?

왼쪽이 정부 발표자료이고, 오른쪽이 OECD 발표자료이다. 한국이 의사수가 정말 적은가? 그렇다,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사실상 꼴찌라는 말도 있던데 이것은 틀린 이야기이다. 정부 발표자료는 한국보다 의사수가 적은 국가는 멕시코 뿐이다. 하지만 OECD의 발표자료에서는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 터키, 브라질, 페루, 인도, 남아공, 인도네시아가 있다. 하위국가의 경제수준을 고려하고 보더라도 낮은건 사실이긴 한데, 한국과 바로 붙어있는 국가들을 보자. 일본, 미국, 캐나다... 그리고 의사수가 많은 상위권을 보면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대부분 많다. 그 의료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은 그저 오차범위 내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을 뿐이다. 

 

2. 한국의사의 임금소득이 높은가?

정부에서 의사수와 함께 항상 발표하는것이 의사의 임금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왼쪽의 정부발표를 보면 최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임금이 높을것이라 예상되는 미국의 데이터도 없고, 옆나라 일본의 데이터도 없다. 오른쪽이 OECD의 발표자료 인데, OECD 자료에서는 일반의 (General practitioners), 전문의 (Specialists), Salaried (봉급), Self-employed (자영업)이 구분이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발표 자료는 그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의, 그것도 자영업, 봉급 묶어서 발표를 하고 있다. 자영업은 개원인데 이것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고소득의 미용직종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 높은수준을 보이는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OECD 발표자료에는 의사소득은 Self-employed를 제외하고 비교해야 한다고 언급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정부 발표 자료는 그것을 무시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소득만 비교하여 발표하고 있다.

 

3. 의사수가 적은데, 그렇다면 그 결과로 의료의 질과 접근성도 떨어지는가?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오픈런,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 뺑뺑이... 의사가 부족하다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내용이다. 소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의사수는 적은게 맞는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가 적다고 결론낼수 있는가? 사실 이건 자원분배의 문제이지 의료 접근성, 의료의 질은 보고서에서도 보다시피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 질을 보여주는 통계는 여러가지가 있어서 모두 가져오기는 어렵고, 일반적으로 영아 사망률을 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니 비교해보자. 한국의 영아사망률 지표를 보면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직접 보고서를 더 보면 알겠지만 호흡기계 사망률, 순환기계 사망률, 암 사망률 등 대부분의 의료 지표들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자살률이 1위인것도 사실이다.

의료의 접근성은 어떤가? 국민 1인당 의사 진료횟수는 압도적인 1위로 거의 원한다면 의사를 볼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의료접근성이 압도적 1등이라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의료쇼핑이 만연해 있다라고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해석으로든 한국은 전세계에서 의사만나기가 가장 쉬운 국가라는것이다.

 

4. 의료수가.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

의사들이 수십년전부터 항상 주장해온것이 있다. 의료수가가 너무 낮다. 사실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비보험인 미용, 성형수술 쪽으로 의사들이 몰리는것이고, 특히 수가가 낮으면서 의료소송과 같은 위험도가 높고, 치료의 난이도도 높은 소아과, 흉부외과 등 은 의사들이 기피하면서 의료의 불균형 배분문제가 생기게 된것이다. 정부는 항상 의료수가에 대해서 수십년째 언급을 피해왔다. 왜냐면 진짜 낮은게 사실이니깐. OECD 발표에서도 이 의료수가를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자료에서는 쏙 빠져있다. 특히 2023년 자료에는 한국의 데이터도 제공이 안 되어있다. 대신 이전의 2021년 Health at a glance에 우리나라의 자료가 있는데 아래와 같다. 이것도 2021년 한국정부의 OECD 보고서에는 빠져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대비 55%로 대략 절반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수가가 낮은 국가들은 멕시코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발표에는 빠져있는, 알고서도 외면하고 있는 내용이다. 

 

5. 정부의 보건의료 지출

우리나라 정부는 보건의료에 돈을 많이 쓰는가? 우리나라는 전국민의료보험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을 국가보험에서 커버하면서 부담을 줄여주며 이는 매우 선진화되었고, 자랑스러운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맹장수술료 수천만원이라면서 수술 한번에 노숙자가 된다며 미국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우수성을 홍보를 하고 있다. 근데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정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되는 부분은 OECD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 그리고 그 미국조차 우리나라보다 국가의 보장성이 좋다. 우리나라 정부는 보건의료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고있지 않다.


우리나라 정부의 OECD 발표자료는 왜곡된면이 없지 않다. 악마의 편집을 하는것처럼 OECD 자료를 그대로 들고오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그럴싸하게 짜깁기 한 자료가 우리나라 정부의 자료이며 이것을 근거로 지금 의대증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의사수가 적다면서 일본, 미국, 캐나다는 언급도 하지 않고, 의사소득이 높다면서 OECD에서도 하지 말라고 하는 개원가의 소득을 합산하고 있으며, 의료수가는 외면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의대증원의 문제는 OECD 자료만 가지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의사들의 소아과 기피현상, 수도권 쏠림현상, 피부, 미용, 성형 분야만 성행하는 부분 등등 여러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아야 하고 이 문제의 근원인 수가를 빼먹고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 의사가 정말로 부족한가? 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본다면 당장 지도앱만 켜봐서 "의원", "병원" 이라고 검색만 해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병의원들은 과밀되다 못해 길건너에 또 다른 내과가 있고, 이비인후과가 있으며, 어느 병원이 나은지 검색해서 비교해보고 가고 있다. 소아과가 부족해서 오픈런을 한다고 하는데, 소아과 의사가 부족한데 소아과 의사는 왜 자꾸 그만두는지. 오픈런을 할정도로 수요가 넘쳐나는데 공급은 자꾸 줄어드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그 이유부터 알아보는게 당연한 순서아닐까? "저 인간이 야단치네? 어, 열받네?" 가 아니라 "저 인간이 야단을 치는데, 뭐 때문에 야단을 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